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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인공지능, 첨단기술 집약과 재미의 연결 사이에서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9.26 18:30

알파고의 등장은 세상의 많은 것을 바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체감할 만한 것은 없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변화의 물결을 제외하고 말이다. 많은 기업들이 물밑에서 대자본을 들여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연구는, 바둑 대결이란 하나의 이미지로 모든 이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인공지능 개념의 시초는 기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지만, 잉글랜드 공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 인공지능 실험인 튜링 테스트를 제안하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학술적으로 첫 발을 뗐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비례해 인공지능 연구는 활발해졌고, 현재 새로운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래과학에서 인공지능이 지금의 위치를 차지한 가장 큰 이유는 문명의 '도구'가 한 단계 진화하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증기 기관이 발명되면서 모든 활동이 몇 단계를 건너뛴 것처럼, 발전한 인공지능은 인간의 작업과 사회의 결정을 극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한다.

그 인공지능 기술에서 게임은 중요하다. 바둑 역시 게임 중 하나다. 게임은 신기술의 결정체를 집약해 대중에게 표현하는 매개체인 동시에, 신기술을 통해 한 차원 발전할 수 있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다른 신기술과의 연계에서 근간으로 기능한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가 정보를 구성한다면, 그것을 효율적으로 해석하는 프로세스는 AI의 몫이다. 구글 클라우드가 움직이는 방향도 인공지능 활용과 연관되어 있다. 최근 공개한 문서 이해 인공지능 기술(Document Understanding AI)은 방대한 데이터를 손쉽게 분류하고 정확한 의사 결정을 돕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게임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발전시킨다는 것은 두 가지 방향을 의미한다. 콘텐츠로서의 인공지능과 서비스로서의 인공지능. 전자가 게임성을 풍성하게 강화한다면, 후자는 개발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서비스를 유저에 최적화시킨다.

한국 역시 이런 성격을 인지하고 기술 연구 투자를 진행해왔다. 주요 주체는 '3N'으로 불리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그중에서도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은 세계적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다. 가장 빠르게 AI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11년부터 팀을 정비해 발전시켜 왔다.

현재 엔씨소프트 사내 AI R&D는 2개 센터에 150명의 인력을 자랑하며, 국내 기업을 통틀어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다. 올초 리니지M 간담회에서 공개한 신기술들은 일정 단계 이상 실체화가 이뤄진 프로젝트다. 목소리를 통해 게임 세부조작을 실현하는 보이스 커맨드는 인게임 탑재에 성공할 경우 게임개발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된다.

또한 서비스 분야에서 AI기술 적용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어시스턴트 AI를 통해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 전반을 인공지능으로 지원하는 것. 특히 아트디자인과 게임 테스트 분야에서 AI의 지원은 극대화된다. 훈련을 거친 블레이드앤소울의 비무 인공지능이 프로게이머에게 승리를 거둔 사건도 기록할 만한 일화다.

넥슨은 작년 출시한 야생의땅:듀랑고에서 절차적 콘텐츠 생성 기법을 적용한 바 있다. 인게임에 등장하는 섬들을 특정 법칙 기반으로 AI가 스스로 디자인한 것. 해당 기법이 발전할 경우 NPC의 행동 패턴과 세부 지형, 심지어 스토리까지 학습을 통해 무한히 생성할 수 있다.

행동 기반 게임 애널리틱스 기술도 전문 활용 분야다. 유저의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집계해 통계화하고, 서비스 개선사항을 더욱 세밀하게 추적하는 데 사용된다. 학습AI의 욕설 탐지가 대표적이다. 기존 금칙어 적용 방식보다 한결 발전한 96% 정확도로 10분마다 246건 가량의 비매너 채팅을 잡아내는 조사 결과를 도출했다.

넷마블은 5년 전부터 인공지능 기반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외부 성과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2018년 AI 전담 조직 NARC(Netmarble AI Revolution Center)를 개설한 뒤 백여 명에 가까운 전문 인력을 확충했고, 최근 구글 클라우드 AI를 활용한 머신러닝을 도입하는 등 글로벌 파트너십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가장 성과가 도드라지는 부분은 애니메이팅 기술이다. 2018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코코 댄스포즈 챌린지에서, NARC는 카이스트 학부생 인터사원들과 함께 출전해 준우승의 영예를 얻었다. 2D 이미지를 인식해 3D 모델링 포즈를 구하는 기술을 경쟁하는 자리다. 8월 미국 LA에서 개최된 시그라프2019에서 다중작업 방식 음성 기반 얼굴 애니메이션 기술을 발표해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게임 AI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콘텐츠의 틀이 가로막혀 기술로 인한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따라온다. 인공지능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란 의미다.

한 AI 전문가는 "오늘날 게임을 비롯한 한국 업체들이 세계적 인공지능 기술을 자랑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어떻게 실사적으로 적용하고 대중에게 표현할 것이냐는 문제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며 신중한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이재준 AI센터장은 지난 미디어토크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게임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기술만으로는 게임의 즐거움을 만드는 일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신기술은 사회를 혁신하는 동시에 사회에게 숙제를 던지곤 했다. 인공지능 역시 비슷한 궤를 그린다.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으나, 재미의 본질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은 문화와 기술의 결합이며, 기술을 담는 기반이 되는 콘텐츠는 결국 사람의 창작 능력이 좌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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