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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하는 컴퓨터' AI와 머신러닝의 진화
송진원 기자 | 승인 2019.12.30 16:21

바둑 인공지능(이하 AI)이 또다시 승리를 거뒀다. 

무대는 2016년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가져간 이세돌 9단의 은퇴 경기였다. 1995년 데뷔 이후, 수많은 대국에서 승리한 이세돌은 마지막 은퇴 경기 상대로 NHN의 바둑 AI 한돌을 지목했다. 

한돌의 경력은 이세돌 9단의 마지막 상대로 손색이 없었다.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 등 국내 프로기사와 릴레이 바둑에서 전승을 달성했으며, 국제 AI 바둑대회에서 벨기에와 대만, 일본을 꺾고 3위를 기록했다. 한돌의 우세를 예상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합리적이었다. 

예상과 달리 1국의 승리는 허점을 노린 이세돌 9단이 가져갔다. 승부는 알파고와 동일한 78번째 수에서 결정됐다. 프로기사라면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는 맥점이지만 AI에게 이세돌의 한 수는 등장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례였다. 

이러한 실수는 AI의 허점처럼 보일 수 있으나 반대로 강점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했다. 한돌의 AI가 사전에 입력된 기보를 검색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면 78번째 수를 대응했을지 몰라도 2, 3국의 승리는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돌의 실수는 인간적이었다. 

머신러닝은 컴퓨터에 사람의 학습 능력을 응용하는 기술로 클라우드, 블록체인, 5G 등과 함께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손꼽히고 있다.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범위도 방대하고 실용적이다. 게임 AI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유튜브, 넷플릭스, 음성인식 등 곳곳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하고 있다. 

사람의 기준에서 머신러닝의 개념은 간단해 보인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일에 적용한다. 두발자전거를 처음 몰아보는 사람이라도 네발자전거를 타봤다면 어렵지 않게 익히는 과정과 비슷하다. 

하지만 컴퓨터에게 노하우를 인지하는 능력이 없다. 수많은 데이터가 있다 해도 적절한 알고리즘이 없다면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반대로 알고리즘이 있어도 참고할 데이터를 얻기 힘들다면 AI 고도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특히, 바둑과 스타크래프트 등 게임 AI는 일반적인 머신러닝과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체스와 달리 바둑의 모든 돌은 가치가 동일하다. 상대 돌의 활로를 막아 집을 쌓고 최종적으로 집계하는 과정도 수많은 가짓수를 포함하고 있다. 눈앞의 돌을 잡아냈지만 경기의 전체 흐름은 기울어질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역시 정보량과의 싸움이다. 맵 전체를 뒤덮은 전장의안개와 상대의 테크트리까지 감안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상황은 바둑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정보를 담는다. 

수많은 변수에서 최상의 결과를 끌어내는 방법 중 하나는 딥러닝이다. 딥러닝은 일종의 자가학습으로 스스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AI의 고도화를 이끌어냈다. 

바둑기사와 AI와의 대결에서 ‘사람이라면 절대 둘 수 없는 수’가 등장하는 이유도 딥러닝에서 기반한다. 알파고와 한돌 모두, 사람의 기보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대국으로 정책망을 구성하고 가치망에 따라 다음 수의 가치를 계산한다. 사람이 제공한 데이터가 아닌, 컴퓨터 스스로 학습하고 성능을 개선했기 때문에, 기존의 바둑과 성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은 단편적인 부분에서 사람의 사고방식과 유사하다. 사람이 행동의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듯, 머신러닝의 신경망도 보상에 따라 다음 수를 예측한다. 고등생물의 두뇌처럼 신경망이 다양할수록 복잡한 연산 과정을 해결할 수 있고 결과는 정확해진다. 

NHN 게임AI팀 이창율 팀장은 “한돌은 실제 사람의 기보를 바탕으로 다음 수를 예측했던 초기 버전과 달리 무작위-자가대국으로 학습한 정책망과 가치망을 사용하며, 롤아웃 없이 MCTS 수읽기 알고리듬으로 다음 수를 예측한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는 2000년까지 인간을 이길 수 있는 컴퓨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 말했지만 1997년 IBM의 딥블루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만큼 AI의 미래는 기존에 예상했던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AI의 적용 분야는 점차 넓어지고 있고 제한적이었던 기능도 다양해지고 있다. 머신러닝이 보편화된다면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결과도 늘어나면서, AI도 점차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AI가 주도하는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새로운 분야를 발굴할지 관심있게 지켜볼만하다. 

송진원 기자  sjw@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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