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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코드의 나비효과, 한국게임 산업의 불안요소
송진원 기자 | 승인 2020.01.15 15:50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발생할 산업 피해액을 최대 5조 2,004억으로 추정하고, 취업 기회를 놓칠 인원은 최대 59,898명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 책임자 이형민 교수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한 사회변화 연구’에서 WHO의 ICD-11 개정 이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도덕적 공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적 인식은 콘텐츠 소비를 지양하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한일 양국 간의 외교 문제에서 불거진 불매운동은 관광과 맥주, 패션 등 일본의 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만약 게임 질병코드가 ICD를 넘어 국내 기준 KCD까지 적용된다면, 게임 산업의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콘텐츠산업에서 게임이 기여하는 바는 막대하다. 2019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48억 1,349만 달러, 이중 게임은 캐릭터와 음악, 방송, 영화 등 다른 콘텐츠의 합보다 높은 69.2%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요가 감소한다면 국내 산업과 함께 수출 시장의 전망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질병코드 도입으로 3년간 국내 게임 시장 매출이 최소 5조 1,000억 원에서 최대 11조 3,500억 원까지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청소년을 제한했던 셧다운제 도입과 비슷한 양상이지만 규모적인 면에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게임과 도박, 흡연, 음주 등 중독 유발 물질을 동일시하는 인식도 산업을 위축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현재 국내 방송광고심의 규정은 중독 유발 물질 품목에 대해 광고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질병코드 도입으로 게임 광고 시장이 위축된다면 산업과 마찬가지로 고용 불안정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 규모뿐만 아니라 인권과 의료 등 기본권 침해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WHO에서 제정한 ICD-11은 2022년부터 효력을 가지는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 하지만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국회의원과 의료계를 중심으로 국민의 행복 추구권 제재 움직임도 관찰되고 있다. 

약물 오남용 문제도 질병 등재 이전에 짚어 봐야할 사안이다. 특히, 게임 이용 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항우울제와 ADHD 치료 약물 부작용은 청소년에게 위험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다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히다. 

이형민 교수는 질병코드 도입에 앞서, 사회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등록할 경우 정신과 질병이라는 낙인 때문에 치료와 예방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위험군에 속한 현대인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지만,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을까봐 치료를 기피하는 현상과 유사하다. 

전체 유저 중에서 ICD-11의 기준에 부합하는 비율이 약 2%인 점을 지적하며, 실질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유저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존질환을 겪는 유저들의 복지를 개선하고 대부분의 유저를 위한 과몰입 예방 방안을 마련하는 이원화 모형에 주목했다. 

무분별한 질병코드 도입은 빠른 대처가 아닌 성급한 접근일 수밖에 없다. 게임 과몰입과 공존질환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감행하는 행위는 유사의학에 가깝다. 하지만 게임 과몰입이 KCD에 등재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약물 치료를 권장하는 병원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게임 산업의 방향성은 기술과 콘텐츠 발전에 집중됐다. 화려한 업그레이드의 뒤로 과몰입을 겪는 유저도 있었지만 이들을 지원할 사회적 기반은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질병코드 문제를 직면했을 때, 게임 산업은 오명에서 벗어날 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 

WHO의 결정을 되돌릴 순 없었지만 KCD 개정까지 5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토론으로 시비를 가리고 연구와 자료를 모으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찬반 논쟁을 넘어,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겨야할 시기이다.

송진원 기자  sjw@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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