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2.4 금 21:30
상단여백
HOME 기획 A3 스틸얼라이브
선 굵게 쌓아올린 비대칭 건물, A3: 스틸얼라이브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3.16 15:12

개별 콘텐츠는 안정적으로 설계됐다. 모아 보니 흥미로운 형태가 나왔다.

A3: 스틸얼라이브가 12일 서비스를 개시했다. MMORPG에 배틀로얄 모드를 넣는 발상은 공격적이었다. 시류에 편승한다는 비판도 가능했지만, 국내 시장은 최대한 기존 공식을 답습하는 게임이 성과를 내곤 한다. 개발사 이데아게임즈는 그리고 퍼블리셔 넷마블은 분명 리스크를 안고 새로운 설계에 도전하고 있었다.

'웰메이드 융합장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어느 수준만큼 충족됐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만족스러운 점이 많고, 걱정되는 점도 많다. 하지만 상반기 최대 기대작에 걸맞는 기본 틀은 보여주고 있다.

비주얼은 기대 이상이다. 본래 그래픽 면에서 큰 기대가 없었다. 유니티엔진은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사전 홍보에서도 그래픽 비중은 높지 않았다. 그런데 이 정도면 유니티에서 뽑을 수 있는 최대한을 뽑아냈다. 엔진 특유의 난관인 세밀한 텍스쳐 표현도 극복해낸 모습이다.

쿼터뷰 시점을 활용한 핵앤슬래시풍 타격감은 의외의 수확이다. 화면의 흔들림 효과, 깔끔한 광원의 이펙트, 여기에 청각 효과가 어우러져 전투에서 재미를 준다. 궁수의 경우 대부분 스킬이 개성을 가진 채 만족스러운데, 그중에서도 발화의 후속 스킬인 낙화가 네이팜탄처럼 광역으로 쓸어버리는 연출로 베스트 액션을 보여준다.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사실은 웰메이드라고 불릴 만한 자격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타격감과 더불어 배경 효과음이 세밀하고, 수많은 유저의 스킬이 난무하는 필드에서도 소리가 깨지지 않은 채 묵직한 타격음을 보여준다. 뛰어난 음악 역시 몰입감에 크게 기여한다.

스토리도 예상 이상으로 정성이 드러난다. 선지자 레디안이 계속 따라다니면서 대화를 통해 이해를 돕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고 초반 NPC 에르테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만든다. 보통 초반에만 눈을 잡아끌기 위해 컷신을 넣고 후반 전개가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적어도 60레벨 지점까지는 꾸준한 퀄리티로 스토리텔링이 이어진다.

주요 시스템과 콘텐츠를 이야기 속에 녹여낸 작업도 완성도를 높였다. 배틀로얄은 마신 엔카르에게 지배당한 미래의 배경으로, 유저는 정령의 도움으로 시간을 넘나들며 대항하는 설정을 가진다. 소울링커 역시 스토리 흐름을 통해 개연성을 부여한다.

명성을 쌓아 수행하는 지역퀘스트에도 소소한 이야기로 볼륨을 충실하게 메웠다. 성장 재료 획득과 레벨업 보조 면에서 좋은 역할을 하는 동시에, 메인 스토리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의문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과금모델은 지금 시점에서 큰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보통 과금을 고민하게 되는 시기은 50레벨을 넘어간 뒤다. 메인퀘스트의 보스전 난이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부 성장과 컨트롤을 통해 어느 정도 풀어나갈 수 있다.

강화에 실패해도 장비나 장신구가 절대 깨지지 않는다. 이점만 해도 과금 유도가 크게 심해지지 않을 만한 안전장치를 가진다. 강화레벨 전승이 가능해 후반 비용부담도 적다. 소울링커 뽑기 정도가 부담이었는데, 이벤트나 인게임 보상으로 많이 제공하는 편이다.

레디안의 가호 버프를 보고 "이거 혹시 아인하사드?"라는 생각에 흠칫하긴 했다. 하지만 최대 2단계 버프 효과가 경험치 획득과 장신구 드랍률 2배 정도라 부스팅 보너스 수준에 가깝다. 가격도 저렴하다. 21일에 300다이아를 내면 사실상 최대 유지인데, 패키지로 구매할 경우 몇천원 정도다.

실력과 노력으로 상당량의 과금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도 좋다. 배틀로얄이 그 역할을 한다. 실력이 뛰어나면 모두가 공정한 배틀로얄에서 충분한 보상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돌파구가 거의 없는 기존 MMORPG에 비하면 괜찮은 설계다.

과금모델을 종합하면 소과금 유저 최적화로 분석할 수 있고, 조금의 시간 단축과 편의성 개선에 목적이 있다. 과금 유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이지만, 현재 같은 장르에서 이 정도로 과금 격차 해소를 시도한 게임은 드물어 보인다.

단점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지나치기 어렵다. "지금 버전이 완전한 융합장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다.

A3: 스틸얼라이브는 건축으로 따지면 비대칭 설계에 가깝다. 하나의 목표를 중심축으로 정갈하게 구성한다는 법칙을 탈피하고, 유저가 원하고 싶은 것을 즐기도록 다방면에 구심점을 만들었다. 획일화된 MMORPG 콘텐츠에 새로운 조형미를 창조한 점에서 분명 흥미롭다.

배틀로얄 모드는 재미있게 잘 만들어졌다. 여기서 RPG에 필요한 보상을 얻는 것도 좋다. MMORPG로서 성장과 액션도 갖춰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공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암흑출몰 등을 포함한 모든 콘텐츠를 유저가 동시에 즐기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배틀로얄을 원하는 유저는 RPG의 긴 템포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RPG 유저는 배틀로얄에 긴 시간 정력을 쏟을 동기가 부족하다. 결국 모든 모드는 별개 게임성을 가지고, 각각 빠른 속도로 유지보수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운영에서 난점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부분을 서비스 도중 어떻게 자연스럽게 융합해나갈지가 중요한 분수령으로 보인다.

소울링커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모험의 동반자라는 느낌은 제대로 줬고, 전투 중 활용도 편리하다. 그런데 성장 시스템이 세븐나이츠로 대표되는 일반적 수집형게임 그대로라는 점이 걸린다.

스킬과 장비를 따로 관리해야 하고, 승급과 조합도 신경 써야 한다. 관리 페이지에 들어가는 조작 분량이 굉장히 많다. RPG 라이트유저 입장에서 자기 캐릭터 성장과 배틀로얄만 해도 집중할 부분이 많은데 취향에 맞지 않는 수집형 장르까지 건드려야 한다는 느낌을 받을 만하다. 장기화될 경우 피로감으로 연결될 위험도 보인다.

소울링커가 전투에서 주는 재미는 분명 버리기 아깝다. 보스전에서 상성에 따른 전술 요소도 잘 설계됐고, 컨트롤과 스킬 연계도 새롭다. 다만 성장 시스템을 적은 조작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간소화시킬 필요는 있다.

이데아게임즈 권민관 대표는 재작년 인터뷰에서 '육식 게임'이라는 표현을 썼다. 초식 유저를 위한 배려에 무엇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모든 취향을 아우르기보다 극한경쟁을 원하는 유저들을 매료시키겠다는 의미였다.

그 방향성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면, 더 화끈해져도 괜찮을 것 같다. 자잘한 관리 시스템에 매달릴 필요 없이 온전히 유저가 경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다. 출시된 지 4일 지났고, 아직 과제는 많다. 하지만 경쟁 요소에 나타난 가능성은 선명하다.

A3: 스틸얼라이브가 밝힌 설계도는, 그리고 이제 보여준 틀은 분명히 다른 게임과 다른 구조를 지닌다. 익숙한 모형들이 다르게 조립되면서 나타난 결과물이다. 개발 단계에서 밝힌 청사진은 크다. 이제 층위를 넓혀나가는 일이 남았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길용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