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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모바일게임, 왜 유저들은 '찍먹'을 하는가?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10.16 16:45

신작은 많고 시간은 적다. 모바일게임 세계는 더욱 그렇다.

'찍먹'은 탕수육 논쟁에서 처음 탄생한 표현이다. 소스를 부어먹을지 찍어먹을지는 한국인의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이 단어가 게임에 들어오면서 조금 다른 의미로 자리잡았다. '발만 담가보기'. 신작이 나오면 짧은 시간만 플레이해보고 별로다 싶으면 원래 즐기던 게임이나 다른 신작으로 옮겨가는 행위를 뜻한다.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어떤 게임이든 플레이 전부터 "나는 여기에 뼈를 묻겠다"고 마음 먹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최대한 다양하게 경험한 뒤 잘 맞는 게임을 하고 과금도 한다. 부분유료화가 정착된 뒤 찍먹 플레이는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게임에서 찍먹 유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게임 회전이 빨라지고, 찍먹 그 자체를 게임 패턴으로 삼는 유저도 생겨났다. 신작 유목민이 탄생한 것이다.

매달 쏟아지는 모바일 신작들

* 어떤 게임을 찍게 되는가

찍먹 기간은 제각각이다. 몇시간 만에 게임 판단을 끝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첫 대규모 업데이트까지 1개월 넘게 지켜보고 잔존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연속 찍먹'도 가능하다. 대형 업데이트하는 게임마다 돌아가며 복귀해 다시 즐겨보고, 빠르게 평가를 내린 뒤 다시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찍먹 현상이 크게 발생하는 장르는 2개 부류로 나뉜다. '아재'를 겨냥한 자동사냥 MMORPG, '덕후'를 겨냥한 수집형 RPG. 전자는 자기 캐릭터의 경쟁 생존 여부에, 후자는 뽑기 관련한 사측 운영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다.

모바일 MMORPG에서 유저 액티브가 늘지 않아도 신규 서버 추가가 잦은 이유도 연결된다. 과금과 경쟁에서 낙오된 유저가 해당 서버에 오래 남을 확률은 낮으므로, 새로운 서버에서 다시 경쟁을 '찍어먹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여기서 상위권에 들어간 유저는 남게 되고, 다시 실패한 유저는 좀더 수월하게 경쟁할 만한 다른 게임을 찾아나서곤 한다.

수집형 RPG의 찍먹 문법은 조금 다르다. 유저 요구사항이 PvP보다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최대한 쉽게 소유하는 것에 있다. 과금 지불 상한선(천장), 일반 획득과 한정 획득의 주기, 육성의 용이함과 캐릭터 퀄리티 등 소유와 감상 분야가 주요 가치관이다.

네이버 광고 천하삼분지계로 뜨거웠던 작년 10월

* 그들은 왜 찍으며 돌아다니는가

신작 출시마다 몰리는 인구가 많고, 빠져나가는 속도도 빠르다. 유저들은 게임의 만족도와 차별화 문제를 주로 말한다. 모바일 플랫폼 편중 현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출시 주기도 쉴 틈이 없다. 대형 게임사 하나가 1년에 모바일게임 7~8종을 출시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절대 다수가 큰 개성 없이 시스템을 답습한다는 초기 평가를 받는다. 이번엔 뭔가 새로운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건드려보지만, 이내 실망을 느끼고 다른 게임을 찾아 떠나길 반복한다는 것.

게임 유목민들이 섣불리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더 있다. 장기 서비스가 보장된 게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출시 2년 뒤까지 매출 100위권에 들어도 롱런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4년차나 5년차까지 순위를 유지하는 경우는 출시작 중 1%도 되지 않는다. 설령 서비스를 이어나가도 같이 즐길 유저가 거의 남지 않은 채라면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

모바일게임은 수백만원 이상을 지불해도 서비스를 종료하면 디지털 흔적조차 보관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찍먹 과정에서는 게임이 취향에 맞는지 여부와 함께, 장기 흥행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 찍먹 유저는 껄끄럽지만,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 찍먹 유저를 다루는 일은 어렵다. 언제든 다른 게임으로 옮겨갈지 모른다는 인식이다. 심지어 수많은 게임을 골고루 겪어봤기 때문에 눈이 높고 평가는 박하며, 다른 게임과의 유사점도 깐깐하게 짚는다. 커뮤니티 발언권은 강하고, 과금 역시 신중한 편이다.

하지만 찍먹 플레이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찍먹 유저의 증가는 크게 2가지를 나타낸다. 첫째로 모바일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반 이미지라는 점이다. 시식이 맛 없으면, 뒤는 소용이 없다.

둘째는 첫째 조건을 만족한 게임이 국내에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의 만듦새를 떠나 이슈 대처나 과금모델 구성에서 신뢰가 깎인 채 시작하는 사례가 항상 나온다. 반대로 초반에 차별화된 게임성을 드러내고 정착 유저들을 다수 보유할 경우 부정적 이슈가 터져도 강한 생명력을 보인다. 게임 이미지는 결국 감성의 싸움이다.

그들이 찍어먹는 이유는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래 정 붙일 게임을 찾기 위해서다. 게임이 만족스러울 경우, 입소문을 통해 호평을 퍼트리고 유저를 불러모으는 매개체 역시 찍먹 유저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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